스포츠 하이브리드 'K7 700h' - 탑라이더
배기량이 커진 이번 하이브리드 모델은 파워풀한 주행성능과 높은 연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가속력은 2,000cc 디젤 모델과 견줄 만 하고, 진지해진 서스펜션은 기아자동차의 전륜구동 플랫폼 중에서 가장 잘 세팅된 것으로 느껴진다. 전자식 핸들의 완성도는 대량생산 브랜드 중에서는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국산 자동차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역사는 길지 않다. '아반테 LPI 하이브리드'라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이 시초이다. 당시 LPG 가격을 휘발유 가격으로 환산해서 계산한 환산연비를 최초로 도입한 모델이었다. 그리고, 최근 풀 하이브리드 모델 'K7 700h' 모델을 출시했다. 배기량을 2,400cc로 확대한 점이 가장 관심이 갔다.
이 엔진은 수출형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적용되던 것이다.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인해 늘어난 무게와 엣킨슨 싸이클 방식으로 낮아진 출력을 보완하려면 2,000cc는 다소 부족해 보였기 때문에 배기량이 늘어난 엔진 채용이 반갑다.
K7 700h를 자의적으로 해석해보면, 기아의 7시리즈에서 두 개의 심장을 달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 정도로 해석된다. 렉서스의 ES300h와 LS600h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 시승을 통해서 느껴 본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잘 만든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네임택으로 인해 우스꽝스러워진 모습이다.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구성
외관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트렁크리드와 측면에 추가한 뱃지 외에는 차이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하이브리드 모델로서는 이례적으로 듀얼 매립형 머플러까지 갖고 있다. 전면부에서는 LED 주간전조등이 헤드 라이트에 포함되어 있고, 헤드 라이트 작동시에는 안개등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LED는 색 온도로 인해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HID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면 발광 리어램프는 여전히 멋지다.
K7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서 실내 디자인의 안정감을 찾았다. 직선으로 구성된 센터페시아는 시인성과 조작감에서 흠잡을 곳이 없다. 다만, 기어레버 디자인과 컵 홀더 커버의 조작감, 그리고 실내조명의 구성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네비게이션은 국내외 모든 제조사의 출고 사양 중에서 터치감, 경로검색, 편의성 면에서 가장 뛰어났다. 센터페시아와 계기판을 통해서 제공되는 하이브리드 정보는 화면 구성이 깔끔하다.
모터로 인한 인상적인 동력성능
K7은 배기량 2,400cc의 세타2 엔진을 엣킨슨 싸이클 방식으로 개량한 엔진과 35KW 전기모터의 힘으로 움직인다. 엔진과 모터의 합산 최고출력 200마력 초반, 합산 최대토크는 약 25.5kg∙m로 자연흡기 2,700cc 모델과 비슷한 출력을 보인다. 웹상의 카탈로그에는 엔진의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만을 표기해 놓고 모터 출력을 KW단위로 표기해 놓았는데, 소비자 이해를 위해서 단위가 통일된 합산 출력을 함께 기재하는 것이 좋겠다.
직선구간에서 보여지는 K7의 가속력은 매섭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 엔진은 고회전을 유지하고, 반 박자 늦게 더해지는 모터의 힘은 터보차저의 느낌과 유사하다. 기존 K5 하이브리드의 2,000cc 모델에서도 더딘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2,400cc엔진과 모터의 조합은 700h를 시원스럽게 가속시킨다. 2,000cc 중형급 디젤 세단의 가속감과 비슷한 느낌을 전해준다. 모터의 토크 특성상 힘의 분출이 일정하다.
이번 700h의 동력성능으로 국내 도로 상황에서 부족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180km/h 이상의 초고속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의 출력을 내 준다. 최근 디젤엔진 모델의 시승이 많았는데, 비슷하거나 일부 구간에서는 더 빠른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용적인 부분만 해결된다면 볼트 온 전기모터 패키지가 터보차저를 대체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주의할 점은 합산 출력의 최대치가 발휘되는 상황은 배터리의 충전량이 충분할 때까지다. 일반적으로 700h의 경우 배터리의 2/3의 충전량을 유지하는데, 이 전류량으로 150km/h 전후의 풀 가속을 지속한다면, 약 2분 내외의 모터도움을 유지할 수 있다. 이후에는 출력이 떨어진다. 가감속이 없는 풀 가속 상황에서는 배터리가 충전되지 않는다. 스포츠모드로 정속주행을 하면, 엔진이 멈추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하기 때문에 100% 가까이 충전할 수 있었다.
승차감과 단단함의 조율은 A학점
700h는 40km/h 미만의 저속 승차감이 특히 인상적이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거동이 안정적이고 충격 전달이 적으면서 부드럽다. 속도를 높이면 승차감은 다소 뻣뻣해진다.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감은 좋다. 초기 K7 모델의 딱딱했던 서스펜션은 최근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코너링 중 요철을 넘는 자세도 안정감 있다. 다만, 요철에서 노면상황을 전달하는 충격량을 소리라고 가정할 때, 그 볼륨을 다소 줄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자동차의 전륜 플랫폼 모델 중에서는 최상의 조율이라고 생각된다.
700h의 타이어는 옵티모 H426 모델을 출고사양으로 장착하고 있다. 에코 타이어는 아니지만, 코너에서의 횡 그립 뿐만 아니라, 제동시의 종 그립도 다소 부족하다. 출고 사양의 타이어를 대신해서 편평비 45시리즈에 UHP 타이어를 조합한다면, 연비 면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보다 즐거운 운전이 가능해 보인다. 제동 성능은 부족하지 않았다.
경제 운전 습관을 대신해 주는 시스템
실제 주행에서 700h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의 가동과 정지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정보창의 출력상황을 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지상태에서는 EV모드로 대기하고, 출발 시에는 EV모드로 움직인 후 가속 상황에 따라서 엔진이 작동되기도 하고, EV모드를 유지하기도 한다. 배터리 충전량과 가속페달을 밟는 힘에 따라서 10km/h, 20km/h, 30km/h에서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내 흐름에서는 10km/h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가속 페달을 놓은 탄력주행 시에는 EV모드로 바뀌면서 휠의 회전력으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연비주행을 위해서 급 가속, 급 출발시의 연료 소모를 줄이고, 코스팅 모드와 퓨얼 컷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준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직접 충전이 가능하다면 연비는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모델 체인지 시점에서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가 기대된다.
도로 흐름에 맞게 움직일 경우 80~100km/h 구간에서 평균 17km/L의 연비를 보여준다. 110km/h의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19km/L를 보여주었고, 평지에서는 평균 20km/L를 상회하는 연비도 자주 보였다. 동일한 구간에서 유사한 패턴으로 주행했던 2,000cc 수입 디젤모델과 유사한 연비 기록이다. 다만, 빠른 템포의 고속주행을 전개 했을 때, 연비가 떨어지는 폭은 디젤모델보다 다소 크다.
재미 있었던 부분은 지체와 정체가 반복되는 구간에서의 연비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모델의 연비에 치명적인 이 구간에서 700h는 평균연비 16~17km/L를 보여주었다. 정체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터리의 충전량이 떨어지자 연비는 13km/L까지 떨어졌고, 이 수준을 유지했다. 실내는 조용했고, 엔진의 가동이 시작되는 시점과 꺼지는 시점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시승 전 구간에서의 연비를 종합해 보면, 빠른 템포의 주행에서는 13km/L, 도로 흐름에 맞는 여유 있는 주행에서는 16km/L 중후반, 초고속 주행에서는 10km/L 전후의 연비를 보여주었다. 과격한 주행의 빈도와 지속 시간에 따라서 연비가 크게 요동치지만, 긴급 상황 모드의 운전에서는 13km/L, 도로 흐름에 따른 주행에서는 16km/L 중 후반을 연비로 보면 정확하다. 나 홀로 연비모드로 주행하면 더 높은 연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부디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화려한 옵션과 경쟁력
700h는 공인 복합연비 16.0km/L이다. 도심연비 15.4km/L, 고속도로 16.7km/L로 차이가 크지 않은 점은 실제 주행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렉서스 ES300h의 복합 16.4km/L(도심 16.1km/L, 고속도로 16.7km/L)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도심 연비에서 두 모델이 0.7km/L가 차이 나는 부분은 ES300h의 CVT와 K7 700h의 6단 자동변속기에서 발생되는 연비 차이를 포함하고 있다. 두 모델의 시스템 합산 출력은 비슷하다.
시승한 모델은 풀 옵션으로 4,000만원에서 조금 빠지는 가격의 사양이다. 열선시트와 열선핸들, 통풍시트에 오토 홀드 전자식 브레이크,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및 시트 진동 경보장치, ECM 사이드/룸 미러, 7인치 LCD 계기판, 파노라마 썬루프, 전동식 틸트/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나파 가죽시트, 8인치 네비게이션과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재하고 있다. 포함되지 않은 옵션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스웨이드 재질의 헤드라이너와 뒷 유리 전동 썬쉐이드, TPMS(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12스피커 사운드 시스템도 포함된다.
700h는 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시 보게 한 계기였다. 기본적으로 차체의 기본기가 비교적 우수하고, 그 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올림으로서 운전의 재미까지 느끼게 했다. 배기량 2,400cc의 자연흡기 엔진과 모터의 조합은 K7과 매칭이 좋다. 배기량이 적다고 연비가 좋은 것은 항속주행 시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가속이나 오르막 상황에서 출력이 부족하면, 차는 안 나가고 기름은 소모되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부드럽게 출발하되,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속 페달을 밟는 습관, 시야를 멀리해 빨간 신호등 앞에서는 가속 페달을 놓아 퓨얼 컷을 유도하는 습관, 신호 대기시 시동을 끄는 습관, 고속도로에서 탄력이 붙었을 때, 퓨얼 컷이나 코스팅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습관, 잦은 악셀링을 하지 않는 습관 등 기름값이 두려울 때 해왔던 절약 운전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모두 들어 있다.
하이브리드는 느린 차가 아니었다. 고가의 고성능 모델이 아닌 이상, 수도권 고속화 도로에서 700h를 따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펀(fun)한 운전의 즐거움을 살리더라도 차는 발 밑에서 열심히 계산하고 작동해서 연비 높이기에 힘쓴다. 그 결과 준대형 세단을 소형차의 기름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조용한 실내와 편안한 뒷좌석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렌트카를 빌릴 기회가 있다면, 하이브리드 모델로 여행을 한 번 다녀오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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