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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최근 프로농구는 베테랑들이 설 자리가 없다. 기량이 충분한데도 떠밀려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신기성이다.

이유가 있다. 프로농구 대부분의 프로팀이 철저하게 전력에 초점을 맞춘 시각으로 선수단을 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마다 신인은 들어온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30대 중반의 베테랑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옷을 벗는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은 코치 연수를 받거나, 코치로 부임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저연봉을 받으며 굴욕적인 선수생활을 지속하거나 은퇴 궁지로 몰린다.

물론 나이가 떨어져 기량이 자연스럽게 감퇴해 은퇴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것은 정상적이다. 하지만 한국프로농구는 베테랑의 경험을 '무시'하는 경향이 너무나 강하다.

구단 수뇌부가 문제다. 자신들이 다루기 쉬운 젊은 감독을 선임하면서 베테랑들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거북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또, 억대가 넘는 베테랑들의 몸값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전력은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값싼 신예들을 대신해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이면에 깔려있다.

당연히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사령탑이 준비한 패턴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던가, 승부처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던가 한다. 베테랑이 버티면서 후배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 결국 프로팀답지 않은 기복이 매우 심한 경기를 펼친다. 프로팀이라면 전력의 강화가 가장 큰 목표라야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경제적인 논리와 팀운용의 논리를 앞세워 베테랑의 필요성을 애써 무시한다. 참 이해할 수 없는 트렌드다. 이런 경우는 세계 프로스포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경향이다.

이런 '저급한 트렌드' 속에서 SK 주희정은 참 특별한 존재다.

그는 LG 문태종에 이어 두번째 최고령 선수다. 문태종이 혼혈선수로 유럽을 호령했던 특급선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고령 토종선수인 셈이다.

올해 37세. 네 아이의 아빠다. 그의 성실함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리그 수준급 포인트가드라는 점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속공의 폭발력은 떨어졌지만, 경험과 노련미로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SK는 지난 시즌 김선형을 포인트가드로 돌리는 실험을 감행했다.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 있었다. 간간이 게임 리딩에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3-2 드롭존 역시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백업 포인트가드였던 주희정은 묵묵히 김선형의 포인트가드 전향을 도왔다. 김선형이 혼란스러워할 때 경기에 투입해 활로를 뚫었다. 3-2 드롭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그 약점에 대해 기민하게 대처했다. 지난 시즌 SK가 정규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주희정의 존재감이었다.

올 시즌 주희정의 모습은 더욱 좋다. 20일 오리온스전에서 SK는 4쿼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주희정은 추격을 알리는 3점포와 함께, 4쿼터 중반 전태풍의 패스를 예측수비로 차단, 속공파울까지 얻어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SK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10득점, 2어시스트. 기록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지만, 승부처에서 절묘하게 쌓아올린 기록이다. 그만큼 기록에서 볼 수 없는 가치가 있는 플레이를 펼친다. 한마디로 베테랑의 힘이다.

SK가 13승3패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보이진 않지만, 주희정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다른 팀에서는 볼 수 없는 노련함이기 때문이다. 그는 "힘닿을 때까지 현역생활을 지속하고 싶다"고 했다. 프로농구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꼭 그 바람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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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32, 181cm) 없는 울산 모비스. 참 낯설다. 당분간 모비스가 견뎌내야 할 시련이다.

양동근은 지난 16일 서울 SK와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2라운드 맞대결에서 부상을 입었다. 그는 4쿼터 종료직전 돌파를 시도한 후 착지과정에서 오른 발바닥 부상을 입었다. 뼈나 인대를 다친 건 아니지만, 발바닥이 부어있는 상태라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 회복되는 기간을 약 한 달로 내다보고 있다.

“아직 붓기가 가라앉지 않아 목발을 짚고 있다”라고 운을 뗀 양동근은 복귀시기에 대해 묻자 “회복속도를 예측할 수 없어 섣불리 말할 수 없다. 결장기간을 한 달로 내다보고 있지만, 컨디션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양동근은 신체뿐만 아니라 마인드도 탄탄한 선수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고, 2004-2005시즌 데뷔 후 한 결 같이 코트를 지켰다. 양동근은 지난 시즌까지 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된 2시즌을 제외한 5시즌 동안 단 3경기만 결장했다. 심지어 2009-2010시즌에는 갈비뼈에 금이 간 상태에도 “멸치 많이 먹으면 금방 나을 것”이라며 부상투혼을 펼치기도 했다.

양동근은 “발목을 삐끗한 부상이라면 참고 뛸 텐데 지금은 붓기와 통증이 남아있어 휴식을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우게 됐지만, 양동근은 복귀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스타 팬 투표 1위 뺏기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라며 농을 던진 양동근은 이어 “후배들이 잘해줄 것이라 믿는다”라며 동료애를 드러냈다.

모비스는 당분간 전력의 핵심인 양동근 없이 경기를 치르게 됐지만, 이는 신예들이 성장하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양동근이 다친 후 처음으로 열린 17일 창원 LG전에선 이대성이 3점슛 2개 포함 12득점 2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진가를 발휘했다.

모비스는 앞으로도 김종근, 이대성을 앞세워 양동근의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유재학 감독은 “(이)대성이는 공을 다룰 줄 아는 선수다. (김)종근이는 실전에서 연습 때처럼 자신감 있게 슛을 던지고, 수비 자세를 다듬어야 한다”라는 견해를 전했다.

지난 시즌 못다 이룬 통합우승을 목표로 내건 모비스. 그들은 예상치 못하게 다가온 첫 번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LG에 접전 끝에 패했던 모비스는 오는 21일 5연패에 빠진 전주 KCC를 상대로 양동근의 부상 이후 첫 승에 재도전한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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