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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최고참 선수는 감독과 코치 못치 않게 바쁘다. 후배들을 독려하는 것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도 그들의 몫이다.

서울 삼성은 지난 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58-91로 졌다. 이미 지난달 세 차례나 겪은 30점 차 대패였지만 이날 삼성엔 달라진 하나가 있었다. 바로 맏형이자 주장인 김승현(36, 178cm)이 벤치에서 보인 태도이다.

그동안 김승현은 벤치에서 조용했던 선수다. 올 시즌 코트를 밟는 시간이 부쩍 준 그는 작전타임 때 좀처럼 입을 여는 경우가 없었다. 또 벤치에 앉아있을 때도 가장자리에 자리 잡곤 했다. 팀이 큰 점수 차로 뒤지고 있을 때 옆 선수와 수다를 떠는 모습이 포착돼 팬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전자랜드의 무차별 폭격 앞에 팀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김승현은 박수와 함께 후배들을 격려했다. 앉은 자리도 상당히 위쪽으로 올라온 모습이었다. 그는 또 이정석과 박재현이 연이어 5반칙으로 물러나자 김태주에게 몸을 풀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비록 작전타임 당시 코치진에 가담해 조언하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분명 그전과는 달랐다.

삼성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김승현의 변화는 김상식 감독대행과 이상민 코치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승현이 김 감독대행과 이 코치와 함께 최근 안 좋은 분위기를 바꾸고자 팀 미팅을 주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작전타임 때 입을 다물고 있는 특별한 이유는 뭘까. 강동희-이상민으로 이어지는 가드 계보를 잇는 김승현이라면 후배 가드들에게 여러 조언을 할 수 있을 터. 더욱이 삼성은 가드 왕국이라 불릴 만큼 이정석, 이관희, 박재현 등 많은 가드를 보유 중인 팀이다.

관계자는 김승현의 공백기를 언급했다. 2001-2002시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를 동시 석권한 김승현은 어시스트 부문 1위에 네 차례나 이름을 올리는 등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포인트가드였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당시 소속팀 오리온스와 연봉 지급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면서 그해 11월 KBL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2년 가까이 농구공을 놔야 했던 김승현은 2011년 12월 다른 팀 이적을 조건으로 오리온스와 합의, 임의탈퇴 공시에서 해제되면서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없었다. 이적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그는 올 시즌 화려한 재기를 노렸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히며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관계자는 “김승현이 김주성(동부)이나 이현호(전자랜드)처럼 꾸준히 활약하지 못한 점을 마음에 걸려 하고 있다.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선수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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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선두싸움과 6강 경쟁으로 재미있어지고 있는 남자프로농구. 일단, SK-모비스-LG 세 팀이 벌이는 선두 싸움이 시즌 끝까지 가봐야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이와중에 6강 경쟁은 사실상 현 체제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KT와의 4대4 빅딜 이후 확 달라진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오리온스 때문에 6강 경쟁이 싱거워질 수도 있겠다. 

오리온스는 트레이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있다. 트레이드 후 첫 5경기에서는 2승3패를 기록하며 반신반의하게 만들었지만, 이후 8경기에서 6승을 따내며 승승장구중이다. 18승20패로 6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7위 KCC와는 3.5경기차. 

단순히 성적 때문에 오리온스의 미래가 밝은게 아니다. 팀 컬러가 완전히 바뀌며 기복없는 안정적인 농구를 구사한다는게 중요하다. 추일승 감독은 트레이드 후 장재석과 최진수를 팀의 중심에 배치하며 젊고, 빠른 농구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최진수-장재석-앤서니 리처드슨으로 이어지는 골밑 삼각편대는 내외곽 득점 뿐 아니라 속공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비에서 역시 세 사람이 빠르고 유기적인 움직임이자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다. 신예 슈터 성재준의 발견도 전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김동욱 김도수 전정규 이현민 등 베테랑 선수들이 이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경기를 조율해 괜찮은 신-구 조화도 보여주는 중이다. 여기에 상무에서 전역하는 슈터 허일영까지 가세한다. 상무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며 클러치 능력을 장착했다. 전력 플러스 요소다. 

최근 오리온스의 경기력을 감안하면 남은 16경기에서 어처구니 없는 연패를 기록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보인다. 산술적으로 따져보자. 오리온스가 남은 경기 반타작만 해도 26승28패가 된다. 추 감독이 경계하는 7위 KCC의 예를 들면 오리온스가 5할 승률을 거뒀을 때 KCC는 남은 15경기에서 11승4패를 거둬야 겨우 동률이 된다. 기복이 심한 KCC의 경기력을 봤을 때 쉽지 않은 수치다. 특히, 선두권 싸움이 치열하기에 하위팀들이 이들을 상대로 쉽게 연승 분위기를 가져오기 힘들다. KCC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고, 오리온스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상대 전적에서 앞서야 6강 진출을 꿈꿀 수 있다. 

그 아래 있는 팀들은 더욱 힘든 상황이다. KCC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상황을 보자. 삼성은 8연패 늪에 빠졌다. 야심차게 외국인 선수 허버트 힐을 영입했다. 마지막 반전의 카드였다. 그런데 힐 합류 이후 허무하게 2연패를 당했다. 힐은 아무 것도 보여준게 없었다. 이런 경우에는 팀 전체 사기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KGC의 경우에는 완전히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 상무에서 박찬희가 돌아온다. 하지만 승차가 너무 크다. 오리온스와의 승차가 6경기다. 16경기를 남겨두고 6경기의 승차를 뒤집는 건 쉽지않다. 게다가 오리온스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4패를 당했기 때문에 동률이 되더라도 승차 계산에서 손해를 봐야한다. 오리온스와 9경기차가 나는 최하위 동부는 이제 희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오리온스 말고 전자랜드와 KT가 6강 경쟁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양팀의 전력, 분위기 등을 봤을 때 그 가능성은 극히 낮은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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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동부를 11연패로 몰아넣으며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창원 LG는 25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의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맞대결에서 75-67로 이겼다.

LG는 이날 승리로 울산 모비스, 서울 SK와 공동 선두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LG가 이날 승리로 달성한 6연승은 2011년 10월 15일 울산 모비스전 이후 833일만이다.

문태종(21득점 3점슛 4개 6리바운드)이 고비마다 3점슛을 터뜨렸고, 크리스 메시(10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2블록)는 골밑을 지켰다. 김종규(10득점 4리바운드)도 덩크슛을 3개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반면, 동부는 경기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역전패했다. 올 시즌 2번째 11연패에 빠진 동부는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어졌다. 동부는 정규리그 종료까지 14경기를 남겨뒀으며, 6위 고양 오리온스와의 격차는 9경기다.

LG의 출발은 불안했다. 공격이 정체돼 1쿼터 중반 7점차로 뒤처진 것. 하지만 LG는 문태종이 3점슛을 터뜨린 후 금세 전열을 재정비했다. LG는 이후 데이본 제퍼슨과 김영환까지 공격에 가담, 17-17로 1쿼터를 마쳤다.

2쿼터에도 팽팽한 승부가 계속됐다. LG는 메시가 골밑에서 분전했고, 김시래는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려 분위기를 주도하지 못하던 LG는 문태종이 2쿼터 종료 25초전 3점슛을 성공, 3점 앞선 채 전반을 끝냈다.

3쿼터에도 이어지던 살얼음판 승부는 3쿼터 중반 이후 LG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박병우, 마이클 더니건의 4번째 반칙을 유도하며 동부 수비를 무너뜨린 것. LG는 박래훈의 3점슛, 김종규의 덩크슛 등을 묶어 57-47로 3쿼터를 마무리했다.

LG가 보여준 3쿼터 막판의 기세는 4쿼터까지 이어졌다. 4쿼터 초반 공격이 다소 주춤했지만, 리바운드 싸움에서 앞서며 리드를 유지했다. 4쿼터 중반 림을 가른 문태종의 3점슛도 큰 도움이 됐다.

LG가 승기를 굳힌 건 경기종료 직전이었다. LG는 5점차로 쫓긴 경기종료 3분 16초전 문태종이 골밑득점에 이은 추가 자유투를 성공시키며 8점차로 달아났다. LG는 이어 공격 리바운드를 장악했고, 공격제한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결국 LG는 동부에 11연패라는 악몽을 안겼다.

LG는 오는 26일 SK와의 원정경기에서 단독선두 등극을 노린다. 동부는 오는 28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홈경기에서 11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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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 잘한다고 나아지겠어요.”

프로농구 김동광 삼성 감독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력 탓이다. 이에 6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김동우(34)를 SK에서 데려온 데 이어 동부에 마이클 더니건(25·203㎝)을 내주고 허버트 힐(30·203㎝)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만큼 트레이드도 급박하게 진행됐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2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동부가 먼저 제안했다. 동부 프런트에서 일요일(19일)에 연락을 했다. 곧바로 이충희 감독에게 전화를 했는데 모르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트레이드 마감일(21일)에 협상을 완료했다.

김동광 감독이 기대하는 건 공격력이다. 더니건은 높이와 수비력을 지녔지만 28경기 평균 10.2점에 그쳤다. 반면 힐은 태업 논란에도 13경기 평균 15.4점을 올렸다. 또, 오리온스, 전자랜드에서 뛰면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삼성으로서는 6강 플레이오프에 나서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힐은 지난해 11월 종아리뼈 골절로 8주 진단을 받고 퇴출됐다. 이에 대해 김동광 감독은 “부상은 괜찮다. 경기는 못 뛰었지만 훈련은 계속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걱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김동광 감독은 “외국인선수가 바뀌었다고 금세 이기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한두 명이 잘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국내선수들이 살아나야 한다”고 답답해 했다.

특히 삼성은 최근 가드진의 부진과 함께 3쿼터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기를 반복하고 있다. 김동광 감독은 “이정석은 과부화에 걸렸고, 김승현은 수비 적극성이 떨어진다. 박재현은 마음이 급한지 서두른다. 3쿼터에 안 좋은 것도 앞선에서 에러를 하면 쉬운 득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숨 쉬었다. 그만큼 지난해 11월 발목을 다친 이시준의 공백이 크다. 김동광 감독도 “수비도 되고 3점도 있는 선수다. 있었다면 숨통이 트였을 것”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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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T 소닉붐의 전창진 감독은 1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조성민 얘기만 꺼냈다. 전 감독의 '조성민 MVP론'은 일리가 있었다.

전 감독은 "(조)성민이는 집중 견제를 받는다. 모든 것을 봤을 때 이 성적만 유지하면 MVP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모범적이고, 열심히 한다. 성민이가 테크니컬 파울을 하는 것을 봤는가, 아니면 심하게 항의를 하는가? 정말 MVP감이라 생각한다"며 조성민을 극찬했다.

전 감독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3강인 모비스와 SK, LG의 선수들이 비교적 고른 활약으로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은 것과 비교해 KT는 전태풍이 오기 전까지는 완벽한 조성민의 팀이었다. 팀 성적은 4위에 그치고 있지만 가치는 조성민이 상위 3팀 주전들에 뒤지지 않는다.

FA 계약 이후에 더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전 감독은 "나도 이렇게 잘 해줄지 몰랐다. FA 계약 후에 이렇게 잘 하는 모습도 모범적이다. (리그)베스트 5에 들어갈 수 있게 목표의식을 갖고 열심해 해줬으면 했는데, MVP로도 손색 없다고 생각한다"고 조성민의 활약을 다시금 강조했다.

전 감독이 조성민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성민이 노력파라는 점에 있다. "옛날엔 수비형 선수라 했지만 수비도 엉망이었다. 달릴 힘이 없다는 게 성민이의 단점인데, 극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더라. 난 노력하는 선수를 좋아한다"고 전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물론 바라는 점도 있다. 전 감독은 "아직도 부족한 점은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민이는 본인 스스로 슈터라는 의식이 아직은 조금 없는 것 같다. 좀 더 과감하게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바라는 점을 언급했다.

조성민은 전 감독의 말이 끝난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3쿼터가 끝나기 이전에 교체되어 들어간 뒤 다시 나오지 않은 조성민은 단 19분 40초만 뛰고도 17득점을 올렸고, 3점슛은 3개를 던져 다 넣었다.

조성민은 자신을 MVP로 밀어주고 있는 전 감독의 생각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감독님께서 베스트 5에 들어가라고 하셔서 그걸 목표로 했는데,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노력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뒤에 MVP를 주신다면 감사하겠다"며 조성민은 침착한 자세를 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까지 자유투를 35개 연속 성공시켜 KBL 기록인 양희승의 기록(44개)에 9개 차로 접근한 조성민은 기록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 "(기록은)박혜진 선수 때문에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신경 안 쓰고 있다"고 말한 조성민은 "(자유투를 던질 때)특별한 버릇은 없고, 손과 공에 땀이 묻었는지 보고 얼굴에 난 땀을 닦는다. 예전에 미끄러진 적도 있고, 눈에 땀이 들어갔던 경험이 있어서 꼭 체크하게 된다"며 자신만의 자유투 루틴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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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가드 조합으로 꼽히는 부산KT 전태풍-조성민. 실생활에서도 두터운 친분을 나누며 끈끈한 형제애를 보이는 두 사람은 코트에서 절묘한 호흡을 자랑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프로농구 최고의 가드진으로 꼽히는 부산 KT 전태풍(34)-조성민(31) 조합은 올시즌 최고의 히트작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2월 18일 오리온스와 KT의 4대4 트레이드 단행 후 전태풍-조성민이 보여준 호흡은 아직 채워 넣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뿜어내는 시너지 효과 만큼은 절대적이라는 게 농구인들의 중론이다. 주위의 평가뿐만 아니라 전창진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물론 당사자들도 이제야 한 팀이 된 부분에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서로에 대한 ‘愛’가 대단했다.

부산 KT 숙소에서 전태풍-조성민 커플(?)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미소와 폭소가 끊이질 않았던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전태풍은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했다. 심지어 농담 섞인 비속어를 곧잘 사용했는데 그 비속어의 스승은 KCC 하승진이란다. 전태풍은 하승진을 가리켜 ‘날라리’라고 표현했다.

주거니 받거니

태풍: 성민이랑은 이미 친한 사이였어요. 대표팀에서 죽이 잘 맞았거든요. 그런데 꿈같은 일이 벌어진 거예요. 제가 KT에서 뛰게 됐으니까요. 성민이도 절 많이 좋아해요. 제가 공을 잘 주니까 그렇겠죠?(웃음) 성민이는 한국 최고의 슈팅가드예요. 슈팅가드는 공이 없을 때도 잘 움직여줘야 하는데, 성민이가 그걸 잘해요.

성민: 태풍이 형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농구 선수였어요. 돌출 행동이나 발언 때문에 선수들을 난처하게 한 적도 많았었죠. 하지만 농구는 최고였어요. 프로 생활하면서 좋은 가드랑 뛰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 갈증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제 포지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체력적인 면에서 도움이 많이 돼요. 전태풍 트레이드 후 최고의 수혜자? 네 맞아요! 바로 제가 최고의 수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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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과 전창진 감독의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전태풍. 그래서 KT에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하단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허재 VS 전창진 감독

태풍: KCC에서 3년을 뛰었어요. 처음에는 허재 감독님 이름만 들어도 태풍이는 벌벌 떨었어요. 그러나 서너 달 지나니까 허재 감독님이 무서운 사람이 아니더라구요. 감독님이랑 술 한 잔 마시며 농담하고 장난치는 거 많이 좋아했어요. 전 그런 사람이 마음에 들어요. 친해서 친척처럼 얘기하는 관계예요. 허재 감독님이랑 전창진 감독님이랑 스타일이 비슷해요. 욕이요? 전 감독님이 허 감독님보다 ‘쎄진’ 않아요.

성민: 태풍이 형이 우리 팀에 오자마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많았던 것 같아요. 플레이가 급해지고, 급하다보니 실수도 나오고…. 그래서 감독님이 태풍이 형 불러서 차분하게 잡아주려고 다소 수위가 높은 얘기를 하셨어요. 뭐 그게 욕일 수도 있었겠죠(웃음). 그런데 형이 허재 감독님한테 많이 단련이 돼 있어서 웬만한 욕은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바람 말고 태풍!

태풍: 태풍이에 대한 선입견이 분명 있어요. 건방지고 거칠고 과격하고…. 그런데 전 이런 걸 좋아해요. 시합 때는 이런 선수처럼 보이고 싶어요. 까이고 싸우고 파이터처럼 말이에요. 반면에 숙소에선 착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선수들한테 사랑받고 싶어요.

성민: 형 입장에선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가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상태라 지금은 모든 부분에서 맞춰가는 단계이거든요. 형이 인터뷰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이제 태풍이처럼 해야 해요’ ‘태풍이 농구 보여줄 거예요’라고.

태풍: 그런데 지금은 ‘태풍’이 아니에요. ‘바람’ 정도밖에 안돼요.

성민: 그렇죠. 아주 미미한 바람 정도 불고 있는 셈이죠(웃음).

태풍: 성민이 그만해. 나 놀리지마. 그래도 난 너 좋아해(폭소).

4쿼터엔 소금물이 필요해

태풍: 성민이는 거의 3개월을 뛰었어요. 하지만 태풍이는 1,2,3라운드 동안 별로 안 뛰었어요. (체력적인 면에선)지금이 시작이나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체력이 있는 대신 컨디션이 안 살아나요. 그거 올려야 해요.

성민: 형의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형도 특단의 방법을 사용 중이에요. 경기 중에 소금물을 마시거든요. 왜 소금물을 마시냐고 물었더니 형이 이렇게 대답하더라구요. ‘나 이거 안 먹으면 쥐 나’라고.

태풍: 진짜로 4쿼터 들어가면 쥐가 나요. 그래서 소금물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그 방법을 사용했어요. 완전 짱이에요!

지난 시즌의 아픔

성민: KCC 있을 때 태풍 형의 모습은 굉장히 공격적이었어요. 거침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스타일의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지난 시즌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아서 조금은 소극적으로 변화된 게 아닌가 싶어요.

태풍: KCC에 있을 때는 내가 잘해서 이기는 걸 좋아했어요. 내가 돋보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픔을 겪은 뒤론 팀이 이기는 게 좋아요. 득점에 대한 욕심을 줄였어요. KT에 적응이 되면 지금과 달리 더욱 공격적인 태풍이가 될 거예요.

성민: 수비하는 입장에선 태풍 형이 전반에 2점을 넣든, 5점을 넣든,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러워해요. 경기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선수가 태풍 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형은 주위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안 썼으면 좋겠어요. 형은 전태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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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풍 트레이드 후 최고의 수혜자라고 인정하는 조성민. 그는 전태풍을 진심으로 좋아했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10cm 더 클 수만 있다면?

태풍: 그럼 난 NBA에서 뛰고 있었을 거예요. 덩크슛도 하고, 블로킹도 하고…. 아마 공중에서 안 내려왔을 거예요.

성민: 형이 그런 플레이를 하려면 10cm가 아니라 15cm 더 커야 해. 그래야 가능해. 형 키가 180(cm) 안되잖아.

태풍: 아니야. 나 180이야. 신발 벗으면 180, 신발 신으면 182!

성민: 에이, 누가 형 말을 믿겠어. 내가 보기엔 178인데.

태풍: 성민이 뻥 치지마. 양말 벗으면 197.5, 두꺼운 양말 신으면 180.5! 맹세코 178은 아니야. 허리 아프면 179?!

성민: 어떻게 키가 계속 내려가. 난 10cm 더 클 수 있다면 키가 2미터가 되는데, 키 큰 것도 좋지만, 스피드가 지금과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요. 

태풍: 2미터라구? 성민이가 사기치네. 188이잖아.

성민: 난 형처럼 사기 안 쳐. 진짜 정확하게 말해줄게. 189.8이야. 그럼 190이잖아.

이 두 선수의 말 다툼을 지켜보던 KT 홍보팀의 박준석 과장이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함께 가서 실제 키를 재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감독님에게 문신을!

태풍: 성민이도 나처럼 문신해봐. 사우나 가면 남자들이 내 몸만 봐. 멋지다는 거지.

성민: 형! 지금은 좋아 보이겠지만 나이 먹고 사우나 갔을 때를 생각해봐. (팔뚝을 가리키며) 여기에 태극기를 그려 넣었다 치자. 나이 들면 쪼글쪼글해질 텐데, 그 태극기가 보기 좋겠어?

태풍: 문신은 나이 먹어도 멋있어.

성민: 등 뒤는 멋있지. 그런데 형은 자신의 이름이 ‘태풍’이라고 팔에다 구름 문신을 해 넣었는데 그게 진짜 웃겨. 난 무슨 의미있는 그림을 새겨 넣은 줄 알았거든.

태풍: 앞에는 농구공도 그려 넣었는데?(웃음) 성민아! 우리 감독님도 문신하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

성민: 감독님에게 어울리는 문신이 있겠어?

태풍: 있어! 오른손에다 담배를 그려 넣는 거야. 왼손에는 라이터랑(모두 폭소).

성민: 형, 만약에 형이 이런 얘기한 걸 감독님이 아시면 형에게 ‘욕 줄거야’.

태풍: 하하, 성민이에게 어울리는 문신이 있어. 장총. 스나이퍼야.

성민: 형이나 많이 그려. 난 아파서 싫어.

유재학 감독을 들었다 놨다

태풍: 성민이에게 고마운 게 있어요. 성민이가 우리 팀 에이스이잖아요. 성민이랑 친한 덕분에 다른 선수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합할 때 제가 흥분하면 성민이가 다가와선, ‘형, 괜찮아. 우린 이길 수 있어. 컴 다운, 오케이’라고 말해요. 성민이는 젠틀맨이에요. 다른 팀 감독님, 심판님들 모두 성민이를 좋아해요. 제가 뒤늦게 좋은 동생을 만났어요.

성민: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내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태풍 형이랑은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해요. 이전 대표팀에서 만났을 때 유재학 감독님이 회식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하고 싶은 얘기 있는 사람들은 말을 해보라’고요. 그때 뜬금없이 태풍 형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감독님, 애들이 저한테 형이라고 안 불러요’라고. 그래서 감독님이 ‘앞으로는 태풍이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놈은 다 형이라고 부르고 존댓말 해’라고 명령하셨어요.

태풍: 대표팀에서 만난 후배들이 자기보다 한두 살 많은 선배한테는 꼬박꼬박 존댓말하는 데 저한테는 ‘형, 그랬어?’라고 말하더라구요. 기분 나빴어요. 왜 나한테만 반말하나 싶어서요.

성민: (에피소드가)또 있어요. 한 번은 사우나를 갔어요. 태풍 형이랑 선수들이 감독님 흉내를 내면서 포복절도하고 있는 순간, 유재학 감독님이 들어오시는 거예요. 순간 그 안에 있던 선수들이 웃음을 딱 그치고 얼음처럼 앉아 있으니까 태풍 형이 감독님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감독님! 선수들이 감독님 들어오시니까 욕을 못해요. 감독님 나가셔야 욕 할 수 있어요’라고. 감독님이 당황하신 표정으로 사우나에서 나가셨어요. 훈련할 때도 웃긴 일이 있었어요. 유재학 감독님이 ‘야! 전태풍! 왜 너 혼자 인상 쓰고 있어?’하고 물어보신 거예요. 그랬더니 이 형이 ‘감독님, 우리 운동 이렇게 하면 죽어요. 태풍이 진짜 죽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더라구요. 그 덕분에 형만 혼자 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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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 도사' 조성민이 전태풍에게 자유투 성공하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전태풍은 KT를 좋아해

태풍: 솔직히 말해서 지난 시즌 동안 전태풍은 자신감, 마음, 노하우 등을 다 버렸어요. 아니 전태풍은 죽었어요. 이제 다시 살려내야 해요. 계속 리빌딩해 나가야 해요. 이전의 전태풍을 ‘맹글어야’ 해요.

성민: 태풍 형이 있으니까 든든해요.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도 태풍 형이 다 뚫고 오겠지 하는 믿음이 생겨요. 그래서 전 볼을 주고 공격하러 뛰어가기만 하면 돼요.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요. 바람이 있다면 형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상대팀 수비를 많이 흔들어주는 거예요. 형이 경기할 때 웃으면 승리한다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형이 코트에서 웃는 모습을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전태풍은 KT에서 은퇴하길 소원했다. 새로운 팀으로 다시 옮겨가는 것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팀은 ‘터치’도 안 하고 싶다는 표현도 함께 했다.

자신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팀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고 말하는 전태풍. 그 얘기를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조성민. 두 사람의 호흡은 코트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환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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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 도사도 자유투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성민은 자유투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린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자유투 도사’ 조성민도 자유투 트라우마 겪었다

지난 12일 동부전에서 무려 18차례의 자유투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 성공, 프로농구 역대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자유투 득점을 경신한 조성민. 그 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는 자유투로 인해 역전승을 거둔 경기도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고 밝힌다. 다음은 조성민이 꼽는 ‘최악의 자유투’ 두 경기이다.

1. 2012년 3월 8일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KT-전자랜드전
“69-70으로 뒤진 경기 종료 3.7초 전 함누리의 파울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1개를 성공하면 연장전이 벌어지고, 2개 다 성공하면 KT의 승리였다. 그런데 1개만 성공시키면서 연장전에 돌입했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던 연장전에서도 전자랜드가 81-79로 앞선 경기 종료 15.1초 전, 내가 3점슛 기회를 잡았는데, 이게 림을 맞고 튀어나오면서 81-79로 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자유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2. 2013년 7월 10일 제35회 윌리엄존스컵 이란전
“한국은 68-71로 뒤진 종료 직전 (김)선형이가 상대 수비를 달고 3점슛을 던졌지만, 아쉽게 림을 돌고 튕겨져 나오면서 동점 기회를 놓쳤다. 종료 0.22초를 남기고 리바운드 과정에서 내가 파울을 얻어낸 덕분에 자유투 2개의 기회가 생겼다. 유재학 감독님은 3점차이니까 하나를 성공시키고, 하나는 실패하면서 리바운드를 잡아내자는 작전을 펼치셨는데, 내가 처음 한 개를 실패하면서 모든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란전의 잊지 못할 악몽의 순간이다.”
조성민은 자유투 직전의 작전타임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빨리 쏴야 하는데, 벤치에 갔다가 다시 코트로 돌아와 자유투를 하게 되면 또다시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

“김승기 코치님이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다. 자유투 10개를 쏘면 몇 개를 성공시켜야 하느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일곱, 여덟 개를 성공시키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김 코치님은 10개 다 넣어야 좋은 선수가 된다고 강조하셨다. 지난 번 동부전에서 18개의 자유투를 성공시면서 기뻤던 건 김 코치님의 말씀을 경기를 통해 보여드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성민은 FA 이후 처음 맞는 시즌이라 어느 해보다 긴장과 두려움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구단도, 자신도 ‘윈윈’의 관계라고 믿고 있는 그이다.

“지난 번 KCC전에서 허재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FA 계약하고 제대로 하는 놈은 성민이 너 밖에 없다’라고.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른다.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FA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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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감독은 전태풍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지만, 실제 훈련을 하면서 그에 소문이 왜곡돼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사진=일요신문DB)

전창진 감독 “전태풍에 대한 선입견을 버렸다”

전태풍-조성민을 바라보는 전창진 감독의 마음은 흐뭇함 그 자체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그는 두 선수의 절묘한 호흡을 지켜보며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고 말한다.

요즘 인터뷰 때마다 전태풍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실제로 운동하는 태도가 좋은 선수이다. 아픔을 겪어서 그런지 매순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듣던 것과 달리 심성이 착하고 바른 선수이더라.”

전태풍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건방지고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전태풍이 갖고 있는 미국 스타일의 훈련 태도를 이해하고 나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파악이 된다. 이전에 표명일을 원주 동부에서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난 표명일을 싫어했었다. 그런데 트레이드 돼 한 팀에서 만나니까 표명일처럼 성실하고 훈련 태도가 좋은 선수가 없었다. 전태풍이 바로 표명일 과였다. 트레이드 전까지만 해도 골치 좀 썩겠다 싶었는데 전혀 아니다.”

전태풍 영입으로 인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조)성민이에게 쏠리는 부담도 덜게 됐고, 선수들도 전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늘었다. 구단의 통계에 의하면 전태풍 영입 후 경기장에 3000여명의 팬들이 늘어났다고 하더라. 태풍이표의 테크닉을 좋아하는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소리다. 아직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아서 실수도 하고 오버플레이도 하지만,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온다면 정말 이름처럼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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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말은 올 시즌 인천 전자랜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화려한 플레이로 득점을 해주는 선수는 없지만 전자랜드는 조직전인 팀플레이로 강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플레이에 홈 팬들도 감동했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전자랜드는 역대 최다 관중을 불러 모았다. 2011년 3월 12일 KCC전에서 기록한 8895명보다 116명이 많은 9011명이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 운집했다.

삼산월드체육관의 좌석수 보다 많은 관중이 전자랜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가득 들어섰다. 그들은 서서 경기를 감상했지만 불만은 없었다. 시즌 전만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문태종과 이현민 등 스타 선수들이 떠난 전자랜드는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고 지난 시즌과 찰스 로드만 바뀌고 리카르도 포웰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예상을 뒤엎고 우승후보로 꼽혔던 몇몇 팀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 스타 선수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전자랜드의 조직력은 강해졌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기 때문에 그 어느 팀보다 상승세를 끌고 나갈 힘도 출중하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우리 팀은 국내 선수들이 경험보다는 조직력으로 가치를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경험보다는 늘 조직력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유 감독은 “지는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배우는 것이 있으면 됐다”며 패한 뒤에도 실망보다는 희망을 봤다.

유도훈 감독의 말처럼 전자랜드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홈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공을 가진 선수 뿐 만 아니라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까지 쉼 없이 움직인다. 수비에서도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협력해 상대팀을 봉쇄한다. 한 사람을 제치며 그 다음 사람이 등장하니 전자랜드의 수비는 강팀들에게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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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젊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도 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차바위와 김상규 등 경험은 많지 않지만 열정이 가득한 전자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늘 궂은일에 나선다. 너나 할 것 없이 궂은일에 누구든 최선을 다하니 없던 힘도 생긴다. 한국형 용병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리카르도 포웰도 ‘팬몰이’에 힘을 더했다. 최근 주장에 선임되며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포웰은 주장으로서 솔선수범에 팀을 움직인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찰스 로드도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찾고 있다. 아직 공격리바운드 시 발목 부상의 트라우마로 움츠리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골밑 장악력은 역시 로드의 장점으로 통한다. 주중에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2층석까지 관중이 거의 차있다. 화려한 플레이나 스타급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전자랜드만의 조용한 매력은 연일 팬들을 농구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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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차)바위나 (정)영삼이한테 그랬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다.”

‘정의의 사자’ 이현호(34, 전자랜드)가 시즌 최고의 경기를 했다. 이현호는 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라운드 서울 SK전에서 시즌최다 17점을 퍼부었다. 이현호의 활약에 힘입어 전자랜드는 75-66으로 승리하며 SK전 8연패에서 탈출했다.

일등공신은 이현호였다. 전날 유도훈 감독은 리카르도 포웰을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했다. 전직주장 이현호는 플레잉코치로 승진했다. 그만큼 유 감독이 ‘군기반장’ 이현호를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이현호는 복귀전을 치른 애런 헤인즈(33, SK)를 11점으로 꽁꽁 묶으며 9리바운드를 따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현호는 17점을 넣은 슈팅감각에 대해 “나에게 수비가 타이트하게 붙지 않았다. 당연히 던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 동안 내 수비수가 포웰이나 정영삼에게 도움수비를 하러다녀서 미안했다. 오늘 좀 넣으니까 도움수비를 못 하더라”면서 웃었다.

SK가 이현호의 슈팅능력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심스가 이현호를 버렸을 때 외곽선수들이 체크를 못했다. 이현호에게 초반에 쉬운 슛을 줬다. 터프한 선수인데, 리바운드까지 많이 빼앗겨 컨디션을 올려줬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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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는 거친 몸싸움으로 헤인즈를 11점으로 묶었다. 그는 “헤인즈는 잘하는 선수다. 내 뒤에는 찰스 로드도 있고, 한정원도 있다. 앞에서만 열심히 맡아주면 쉽게 (골밑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팀 디펜스가 잘되면 오늘 같이 좋은 경기를 한다. 거기서 안 맞으면 대량실점”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5월 이현호는 흡연하는 고등학생을 훈계해 일약 ‘정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현호는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파이터' 이미지다. 외국선수들은 날 ‘스트롱맨’이라고 부른다. 이 캐릭터로 쭉 가겠다”며 씩 웃었다. 만약 헤인즈가 전자랜드 선수들에게 고의파울을 했다면 어땠을 것 같은지 묻자 이현호는 “우리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헤인즈가) 바위나 영삼이한테 그랬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다”며 눈에 힘을 줬다.

‘파이터’ 이현호가 존재하는 한 어느 팀도 전자랜드를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것 같다. ‘플레잉코치’ 이현호는 벌써부터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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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트레이드 효과를 보는 것일까?

KT가 LG를 꺾고 3연승을 달렸다. 8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KT와 LG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 KT가 87-85로 승리, 3연승을 달렸다.

KT는 오리온스와 4:4 대형 트레이드를 한 직후 3연패를 당했다. 트레이드가 실패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무렵, 곧바로 3연승을 달리며 트레이드 효과를 보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KT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전태풍 효과’다. 전태풍은 트레이드 후 6경기에서 평균 33.5분을 뛰며 10.2점 4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이전 오리온스에서는 평균 23분 10초를 뛰며 10.7점 1.7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 수치는 비슷하지만, 출전시간이 늘면서 리바운드와 어시스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태풍이다. 특히 득점보다 패스에 신경을 쓰면서 동료들의 찬스를 적재적소에 잘 봐주고 있다.

전태풍은 전창진 감독의 신뢰 속에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태풍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탁월한 일대일 능력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일대일 수비로는 전태풍을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KT로서는 확실한 공격옵션을 가질 수 있게 된 격이고, 상대 수비를 끌어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태풍으로 인해 파생되는 공격이 많이 나온다. 이날도 전태풍은 돌파 후 수비를 모은 다음 골밑의 아이라 클라크 등 동료들에게 손쉬운 찬스를 만들어줬다.

또 KT는 앤서니 리처드슨을 보내면서 포지션의 조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팀의 주포였던 리처드슨은 플러스 요인도 있었으나, 그로 인해 국내선수들의 활동폭이 좁아지는 단점도 있었다.

리처드슨은 기본적으로 볼 소유 시간이 많고,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가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조성민, 오용준, 송영진 등 국내선수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리처드슨이 가고 클라크가 메인으로 뛰게 되면서 서로간의 역할 분담이 잘 맞춰져가는 모습이다. 전태풍-조성민-오용준-송영진-클라크라는 안정적인 라인업이 갖춰졌다.

이날도 베스트5 5명이 모두 10점 이상씩을 기록하며 고른 활약을 펼쳤다. 전태풍은 득점에 욕심을 내지 않았고, 조성민은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하나 걱정되는 부분은 클라크의 체력부담과 파울관리다. 일시 대체로 온 커티스 위더스가 이날 첫 선을 보였으나,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위더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 할 경우 클라크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 우려되는 점이다.

KT가 트레이드 효과를 보면서 후반기 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같은 날 오리온스도 삼성을 꺾으며 뒤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두 팀의 후반기 활약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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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프로농구에 앞서 주목을 받은 선수들은 역시 '경희대 3인방'이었다. 김종규(LG), 김민구(KCC), 두경민(동부)은 나란히 신인 드래프트에서 1,2,3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대형 신인들의 대거 등장으로 한층 재미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더불어 눈에 띄는 신인이 등장했으니 바로 이대성(모비스)이다.

미국에서 농구를 배운 경력 등 이색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의 눈에 들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라운드에 지명된 그였지만 출전 기회를 조금씩 넓힌 그는 입단 첫 해부터 모비스라는 팀에 녹아들고 있다.

지난 5일 울산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도 11득점 7어시스트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이대성은 수훈선수 인터뷰를 가졌고 그의 말마다 '팀'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반환점을 돈 올 시즌.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대성은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아직은 50점도 안 된다. 배울 게 많고 채울 것도 많다"고 말했다.

이대성은 모비스에서 한층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그는 "예전에는 내 손에서 해결되거나 만들어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농구를 했었다. 팀 플레이를 배운 게 처음이다"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농구를 배우긴 했었고 그때도 팀원들과 친하긴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지금 모비스에 있는 형들과 달리 마음으로 와닿지 않았다. 계속 배우면 앞으로 보여드릴 게 더 많을 것 같다"

신인왕 수상 가능성에 대해 물어도 그는 '팀'을 이야기했다.

이대성은 "신인왕은 (김)민구나 (김)종규가 받을 것 같다. 주변에서 나에게 신인왕에 대해 이야기라도 해주시는 게 감사하고 영광이다"라면서 "신인왕보다는 정말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가진 게 처음이다"라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대학에 있을 때만 해도 나만 잘 하면 됐다. 너무 이기적인 선수였다. 고등학교 때도 우승은 했는데 내가 못 뛰어서 울었다. 이젠 우승이 간절하다. 우승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처음이다"

프로에 오자마자 팀 플레이 정신을 깨우친 그는 "앞으로 경기에서도 더 동료들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보이고 서로 도우면서 경기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프로 입문 후 첫 시즌부터 팀 스포츠로서의 농구를 깨우친 그가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 2연패 도전에 어떤 역할을 해낼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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