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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말은 올 시즌 인천 전자랜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화려한 플레이로 득점을 해주는 선수는 없지만 전자랜드는 조직전인 팀플레이로 강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런 플레이에 홈 팬들도 감동했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전자랜드는 역대 최다 관중을 불러 모았다. 2011년 3월 12일 KCC전에서 기록한 8895명보다 116명이 많은 9011명이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 운집했다.

삼산월드체육관의 좌석수 보다 많은 관중이 전자랜드의 경기를 보기 위해 가득 들어섰다. 그들은 서서 경기를 감상했지만 불만은 없었다. 시즌 전만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문태종과 이현민 등 스타 선수들이 떠난 전자랜드는 하위권 팀으로 분류됐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고 지난 시즌과 찰스 로드만 바뀌고 리카르도 포웰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예상을 뒤엎고 우승후보로 꼽혔던 몇몇 팀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 스타 선수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전자랜드의 조직력은 강해졌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됐기 때문에 그 어느 팀보다 상승세를 끌고 나갈 힘도 출중하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우리 팀은 국내 선수들이 경험보다는 조직력으로 가치를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경험보다는 늘 조직력과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유 감독은 “지는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배우는 것이 있으면 됐다”며 패한 뒤에도 실망보다는 희망을 봤다.

유도훈 감독의 말처럼 전자랜드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홈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공을 가진 선수 뿐 만 아니라 공을 가지지 않은 선수까지 쉼 없이 움직인다. 수비에서도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협력해 상대팀을 봉쇄한다. 한 사람을 제치며 그 다음 사람이 등장하니 전자랜드의 수비는 강팀들에게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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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젊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도 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차바위와 김상규 등 경험은 많지 않지만 열정이 가득한 전자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늘 궂은일에 나선다. 너나 할 것 없이 궂은일에 누구든 최선을 다하니 없던 힘도 생긴다. 한국형 용병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는 리카르도 포웰도 ‘팬몰이’에 힘을 더했다. 최근 주장에 선임되며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포웰은 주장으로서 솔선수범에 팀을 움직인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찰스 로드도 서서히 예전의 모습을 찾고 있다. 아직 공격리바운드 시 발목 부상의 트라우마로 움츠리는 경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골밑 장악력은 역시 로드의 장점으로 통한다. 주중에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은 2층석까지 관중이 거의 차있다. 화려한 플레이나 스타급 선수들이 다른 팀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전자랜드만의 조용한 매력은 연일 팬들을 농구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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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차)바위나 (정)영삼이한테 그랬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다.”

‘정의의 사자’ 이현호(34, 전자랜드)가 시즌 최고의 경기를 했다. 이현호는 9일 인천삼산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라운드 서울 SK전에서 시즌최다 17점을 퍼부었다. 이현호의 활약에 힘입어 전자랜드는 75-66으로 승리하며 SK전 8연패에서 탈출했다.

일등공신은 이현호였다. 전날 유도훈 감독은 리카르도 포웰을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했다. 전직주장 이현호는 플레잉코치로 승진했다. 그만큼 유 감독이 ‘군기반장’ 이현호를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이현호는 복귀전을 치른 애런 헤인즈(33, SK)를 11점으로 꽁꽁 묶으며 9리바운드를 따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이현호는 17점을 넣은 슈팅감각에 대해 “나에게 수비가 타이트하게 붙지 않았다. 당연히 던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 동안 내 수비수가 포웰이나 정영삼에게 도움수비를 하러다녀서 미안했다. 오늘 좀 넣으니까 도움수비를 못 하더라”면서 웃었다.

SK가 이현호의 슈팅능력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심스가 이현호를 버렸을 때 외곽선수들이 체크를 못했다. 이현호에게 초반에 쉬운 슛을 줬다. 터프한 선수인데, 리바운드까지 많이 빼앗겨 컨디션을 올려줬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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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는 거친 몸싸움으로 헤인즈를 11점으로 묶었다. 그는 “헤인즈는 잘하는 선수다. 내 뒤에는 찰스 로드도 있고, 한정원도 있다. 앞에서만 열심히 맡아주면 쉽게 (골밑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팀 디펜스가 잘되면 오늘 같이 좋은 경기를 한다. 거기서 안 맞으면 대량실점”이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해 5월 이현호는 흡연하는 고등학생을 훈계해 일약 ‘정의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이현호는 “선수들 사이에서 내가 '파이터' 이미지다. 외국선수들은 날 ‘스트롱맨’이라고 부른다. 이 캐릭터로 쭉 가겠다”며 씩 웃었다. 만약 헤인즈가 전자랜드 선수들에게 고의파울을 했다면 어땠을 것 같은지 묻자 이현호는 “우리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헤인즈가) 바위나 영삼이한테 그랬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다”며 눈에 힘을 줬다.

‘파이터’ 이현호가 존재하는 한 어느 팀도 전자랜드를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것 같다. ‘플레잉코치’ 이현호는 벌써부터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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