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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농구 최고의 가드 조합으로 꼽히는 부산KT 전태풍-조성민. 실생활에서도 두터운 친분을 나누며 끈끈한 형제애를 보이는 두 사람은 코트에서 절묘한 호흡을 자랑한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프로농구 최고의 가드진으로 꼽히는 부산 KT 전태풍(34)-조성민(31) 조합은 올시즌 최고의 히트작품이 될 수 있을까. 지난 12월 18일 오리온스와 KT의 4대4 트레이드 단행 후 전태풍-조성민이 보여준 호흡은 아직 채워 넣어야 할 부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뿜어내는 시너지 효과 만큼은 절대적이라는 게 농구인들의 중론이다. 주위의 평가뿐만 아니라 전창진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물론 당사자들도 이제야 한 팀이 된 부분에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서로에 대한 ‘愛’가 대단했다.

부산 KT 숙소에서 전태풍-조성민 커플(?)을 만났다. 인터뷰 내내 미소와 폭소가 끊이질 않았던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전태풍은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했다. 심지어 농담 섞인 비속어를 곧잘 사용했는데 그 비속어의 스승은 KCC 하승진이란다. 전태풍은 하승진을 가리켜 ‘날라리’라고 표현했다.

주거니 받거니

태풍: 성민이랑은 이미 친한 사이였어요. 대표팀에서 죽이 잘 맞았거든요. 그런데 꿈같은 일이 벌어진 거예요. 제가 KT에서 뛰게 됐으니까요. 성민이도 절 많이 좋아해요. 제가 공을 잘 주니까 그렇겠죠?(웃음) 성민이는 한국 최고의 슈팅가드예요. 슈팅가드는 공이 없을 때도 잘 움직여줘야 하는데, 성민이가 그걸 잘해요.

성민: 태풍이 형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강한 농구 선수였어요. 돌출 행동이나 발언 때문에 선수들을 난처하게 한 적도 많았었죠. 하지만 농구는 최고였어요. 프로 생활하면서 좋은 가드랑 뛰어보고 싶은 갈증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 갈증이 풀리는 듯한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제 포지션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체력적인 면에서 도움이 많이 돼요. 전태풍 트레이드 후 최고의 수혜자? 네 맞아요! 바로 제가 최고의 수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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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감독과 전창진 감독의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전태풍. 그래서 KT에 적응하기가 한결 수월하단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허재 VS 전창진 감독

태풍: KCC에서 3년을 뛰었어요. 처음에는 허재 감독님 이름만 들어도 태풍이는 벌벌 떨었어요. 그러나 서너 달 지나니까 허재 감독님이 무서운 사람이 아니더라구요. 감독님이랑 술 한 잔 마시며 농담하고 장난치는 거 많이 좋아했어요. 전 그런 사람이 마음에 들어요. 친해서 친척처럼 얘기하는 관계예요. 허재 감독님이랑 전창진 감독님이랑 스타일이 비슷해요. 욕이요? 전 감독님이 허 감독님보다 ‘쎄진’ 않아요.

성민: 태풍이 형이 우리 팀에 오자마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많았던 것 같아요. 플레이가 급해지고, 급하다보니 실수도 나오고…. 그래서 감독님이 태풍이 형 불러서 차분하게 잡아주려고 다소 수위가 높은 얘기를 하셨어요. 뭐 그게 욕일 수도 있었겠죠(웃음). 그런데 형이 허재 감독님한테 많이 단련이 돼 있어서 웬만한 욕은 신경도 안 쓰더라구요.

바람 말고 태풍!

태풍: 태풍이에 대한 선입견이 분명 있어요. 건방지고 거칠고 과격하고…. 그런데 전 이런 걸 좋아해요. 시합 때는 이런 선수처럼 보이고 싶어요. 까이고 싸우고 파이터처럼 말이에요. 반면에 숙소에선 착하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선수들한테 사랑받고 싶어요.

성민: 형 입장에선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우리가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상태라 지금은 모든 부분에서 맞춰가는 단계이거든요. 형이 인터뷰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어요. ‘이제 태풍이처럼 해야 해요’ ‘태풍이 농구 보여줄 거예요’라고.

태풍: 그런데 지금은 ‘태풍’이 아니에요. ‘바람’ 정도밖에 안돼요.

성민: 그렇죠. 아주 미미한 바람 정도 불고 있는 셈이죠(웃음).

태풍: 성민이 그만해. 나 놀리지마. 그래도 난 너 좋아해(폭소).

4쿼터엔 소금물이 필요해

태풍: 성민이는 거의 3개월을 뛰었어요. 하지만 태풍이는 1,2,3라운드 동안 별로 안 뛰었어요. (체력적인 면에선)지금이 시작이나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체력이 있는 대신 컨디션이 안 살아나요. 그거 올려야 해요.

성민: 형의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형도 특단의 방법을 사용 중이에요. 경기 중에 소금물을 마시거든요. 왜 소금물을 마시냐고 물었더니 형이 이렇게 대답하더라구요. ‘나 이거 안 먹으면 쥐 나’라고.

태풍: 진짜로 4쿼터 들어가면 쥐가 나요. 그래서 소금물로 수분을 보충해주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그 방법을 사용했어요. 완전 짱이에요!

지난 시즌의 아픔

성민: KCC 있을 때 태풍 형의 모습은 굉장히 공격적이었어요. 거침이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스타일의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아마 지난 시즌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아서 조금은 소극적으로 변화된 게 아닌가 싶어요.

태풍: KCC에 있을 때는 내가 잘해서 이기는 걸 좋아했어요. 내가 돋보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픔을 겪은 뒤론 팀이 이기는 게 좋아요. 득점에 대한 욕심을 줄였어요. KT에 적응이 되면 지금과 달리 더욱 공격적인 태풍이가 될 거예요.

성민: 수비하는 입장에선 태풍 형이 전반에 2점을 넣든, 5점을 넣든, 존재만으로도 부담스러워해요. 경기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선수가 태풍 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형은 주위의 시선이나 평가에 신경 안 썼으면 좋겠어요. 형은 전태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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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풍 트레이드 후 최고의 수혜자라고 인정하는 조성민. 그는 전태풍을 진심으로 좋아했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10cm 더 클 수만 있다면?

태풍: 그럼 난 NBA에서 뛰고 있었을 거예요. 덩크슛도 하고, 블로킹도 하고…. 아마 공중에서 안 내려왔을 거예요.

성민: 형이 그런 플레이를 하려면 10cm가 아니라 15cm 더 커야 해. 그래야 가능해. 형 키가 180(cm) 안되잖아.

태풍: 아니야. 나 180이야. 신발 벗으면 180, 신발 신으면 182!

성민: 에이, 누가 형 말을 믿겠어. 내가 보기엔 178인데.

태풍: 성민이 뻥 치지마. 양말 벗으면 197.5, 두꺼운 양말 신으면 180.5! 맹세코 178은 아니야. 허리 아프면 179?!

성민: 어떻게 키가 계속 내려가. 난 10cm 더 클 수 있다면 키가 2미터가 되는데, 키 큰 것도 좋지만, 스피드가 지금과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어요. 

태풍: 2미터라구? 성민이가 사기치네. 188이잖아.

성민: 난 형처럼 사기 안 쳐. 진짜 정확하게 말해줄게. 189.8이야. 그럼 190이잖아.

이 두 선수의 말 다툼을 지켜보던 KT 홍보팀의 박준석 과장이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함께 가서 실제 키를 재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

감독님에게 문신을!

태풍: 성민이도 나처럼 문신해봐. 사우나 가면 남자들이 내 몸만 봐. 멋지다는 거지.

성민: 형! 지금은 좋아 보이겠지만 나이 먹고 사우나 갔을 때를 생각해봐. (팔뚝을 가리키며) 여기에 태극기를 그려 넣었다 치자. 나이 들면 쪼글쪼글해질 텐데, 그 태극기가 보기 좋겠어?

태풍: 문신은 나이 먹어도 멋있어.

성민: 등 뒤는 멋있지. 그런데 형은 자신의 이름이 ‘태풍’이라고 팔에다 구름 문신을 해 넣었는데 그게 진짜 웃겨. 난 무슨 의미있는 그림을 새겨 넣은 줄 알았거든.

태풍: 앞에는 농구공도 그려 넣었는데?(웃음) 성민아! 우리 감독님도 문신하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

성민: 감독님에게 어울리는 문신이 있겠어?

태풍: 있어! 오른손에다 담배를 그려 넣는 거야. 왼손에는 라이터랑(모두 폭소).

성민: 형, 만약에 형이 이런 얘기한 걸 감독님이 아시면 형에게 ‘욕 줄거야’.

태풍: 하하, 성민이에게 어울리는 문신이 있어. 장총. 스나이퍼야.

성민: 형이나 많이 그려. 난 아파서 싫어.

유재학 감독을 들었다 놨다

태풍: 성민이에게 고마운 게 있어요. 성민이가 우리 팀 에이스이잖아요. 성민이랑 친한 덕분에 다른 선수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합할 때 제가 흥분하면 성민이가 다가와선, ‘형, 괜찮아. 우린 이길 수 있어. 컴 다운, 오케이’라고 말해요. 성민이는 젠틀맨이에요. 다른 팀 감독님, 심판님들 모두 성민이를 좋아해요. 제가 뒤늦게 좋은 동생을 만났어요.

성민: 형이 그렇게 말해주니까 내가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태풍 형이랑은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해요. 이전 대표팀에서 만났을 때 유재학 감독님이 회식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하고 싶은 얘기 있는 사람들은 말을 해보라’고요. 그때 뜬금없이 태풍 형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감독님, 애들이 저한테 형이라고 안 불러요’라고. 그래서 감독님이 ‘앞으로는 태풍이보다 한 살이라도 어린 놈은 다 형이라고 부르고 존댓말 해’라고 명령하셨어요.

태풍: 대표팀에서 만난 후배들이 자기보다 한두 살 많은 선배한테는 꼬박꼬박 존댓말하는 데 저한테는 ‘형, 그랬어?’라고 말하더라구요. 기분 나빴어요. 왜 나한테만 반말하나 싶어서요.

성민: (에피소드가)또 있어요. 한 번은 사우나를 갔어요. 태풍 형이랑 선수들이 감독님 흉내를 내면서 포복절도하고 있는 순간, 유재학 감독님이 들어오시는 거예요. 순간 그 안에 있던 선수들이 웃음을 딱 그치고 얼음처럼 앉아 있으니까 태풍 형이 감독님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감독님! 선수들이 감독님 들어오시니까 욕을 못해요. 감독님 나가셔야 욕 할 수 있어요’라고. 감독님이 당황하신 표정으로 사우나에서 나가셨어요. 훈련할 때도 웃긴 일이 있었어요. 유재학 감독님이 ‘야! 전태풍! 왜 너 혼자 인상 쓰고 있어?’하고 물어보신 거예요. 그랬더니 이 형이 ‘감독님, 우리 운동 이렇게 하면 죽어요. 태풍이 진짜 죽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더라구요. 그 덕분에 형만 혼자 쉬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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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 도사' 조성민이 전태풍에게 자유투 성공하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전태풍은 KT를 좋아해

태풍: 솔직히 말해서 지난 시즌 동안 전태풍은 자신감, 마음, 노하우 등을 다 버렸어요. 아니 전태풍은 죽었어요. 이제 다시 살려내야 해요. 계속 리빌딩해 나가야 해요. 이전의 전태풍을 ‘맹글어야’ 해요.

성민: 태풍 형이 있으니까 든든해요. 상대가 강하게 압박해도 태풍 형이 다 뚫고 오겠지 하는 믿음이 생겨요. 그래서 전 볼을 주고 공격하러 뛰어가기만 하면 돼요.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요. 바람이 있다면 형이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상대팀 수비를 많이 흔들어주는 거예요. 형이 경기할 때 웃으면 승리한다고 하더라구요. 앞으로 형이 코트에서 웃는 모습을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전태풍은 KT에서 은퇴하길 소원했다. 새로운 팀으로 다시 옮겨가는 것보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팀은 ‘터치’도 안 하고 싶다는 표현도 함께 했다.

자신을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는 팀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고 말하는 전태풍. 그 얘기를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조성민. 두 사람의 호흡은 코트에서 뿐만 아니라 인터뷰에서도 환상,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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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투 도사도 자유투에 대한 트라우마를? 조성민은 자유투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린다.(사진=일요신문 박은숙 기자)

‘자유투 도사’ 조성민도 자유투 트라우마 겪었다

지난 12일 동부전에서 무려 18차례의 자유투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 성공, 프로농구 역대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자유투 득점을 경신한 조성민. 그 후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그는 자유투로 인해 역전승을 거둔 경기도 많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고 밝힌다. 다음은 조성민이 꼽는 ‘최악의 자유투’ 두 경기이다.

1. 2012년 3월 8일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KT-전자랜드전
“69-70으로 뒤진 경기 종료 3.7초 전 함누리의 파울로 자유투 2개를 얻었다. 1개를 성공하면 연장전이 벌어지고, 2개 다 성공하면 KT의 승리였다. 그런데 1개만 성공시키면서 연장전에 돌입했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던 연장전에서도 전자랜드가 81-79로 앞선 경기 종료 15.1초 전, 내가 3점슛 기회를 잡았는데, 이게 림을 맞고 튀어나오면서 81-79로 진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부터 자유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2. 2013년 7월 10일 제35회 윌리엄존스컵 이란전
“한국은 68-71로 뒤진 종료 직전 (김)선형이가 상대 수비를 달고 3점슛을 던졌지만, 아쉽게 림을 돌고 튕겨져 나오면서 동점 기회를 놓쳤다. 종료 0.22초를 남기고 리바운드 과정에서 내가 파울을 얻어낸 덕분에 자유투 2개의 기회가 생겼다. 유재학 감독님은 3점차이니까 하나를 성공시키고, 하나는 실패하면서 리바운드를 잡아내자는 작전을 펼치셨는데, 내가 처음 한 개를 실패하면서 모든 작전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란전의 잊지 못할 악몽의 순간이다.”
조성민은 자유투 직전의 작전타임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생각이 많아지기 전에 빨리 쏴야 하는데, 벤치에 갔다가 다시 코트로 돌아와 자유투를 하게 되면 또다시 생각이 많아진다는 것.

“김승기 코치님이 자주 물어보시는 질문이 있다. 자유투 10개를 쏘면 몇 개를 성공시켜야 하느냐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일곱, 여덟 개를 성공시키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김 코치님은 10개 다 넣어야 좋은 선수가 된다고 강조하셨다. 지난 번 동부전에서 18개의 자유투를 성공시면서 기뻤던 건 김 코치님의 말씀을 경기를 통해 보여드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성민은 FA 이후 처음 맞는 시즌이라 어느 해보다 긴장과 두려움도 많았다고 고백한다.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야 구단도, 자신도 ‘윈윈’의 관계라고 믿고 있는 그이다.

“지난 번 KCC전에서 허재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FA 계약하고 제대로 하는 놈은 성민이 너 밖에 없다’라고.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모른다.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FA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선수로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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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감독은 전태풍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지만, 실제 훈련을 하면서 그에 소문이 왜곡돼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사진=일요신문DB)

전창진 감독 “전태풍에 대한 선입견을 버렸다”

전태풍-조성민을 바라보는 전창진 감독의 마음은 흐뭇함 그 자체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국인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그는 두 선수의 절묘한 호흡을 지켜보며 조금은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고 말한다.

요즘 인터뷰 때마다 전태풍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실제로 운동하는 태도가 좋은 선수이다. 아픔을 겪어서 그런지 매순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돋보인다. 듣던 것과 달리 심성이 착하고 바른 선수이더라.”

전태풍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건방지고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스타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정반대였다. 전태풍이 갖고 있는 미국 스타일의 훈련 태도를 이해하고 나면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파악이 된다. 이전에 표명일을 원주 동부에서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난 표명일을 싫어했었다. 그런데 트레이드 돼 한 팀에서 만나니까 표명일처럼 성실하고 훈련 태도가 좋은 선수가 없었다. 전태풍이 바로 표명일 과였다. 트레이드 전까지만 해도 골치 좀 썩겠다 싶었는데 전혀 아니다.”

전태풍 영입으로 인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나.

“물론! (조)성민이에게 쏠리는 부담도 덜게 됐고, 선수들도 전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늘었다. 구단의 통계에 의하면 전태풍 영입 후 경기장에 3000여명의 팬들이 늘어났다고 하더라. 태풍이표의 테크닉을 좋아하는 팬들이 그만큼 많다는 소리다. 아직 몸이 다 만들어지지 않아서 실수도 하고 오버플레이도 하지만,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온다면 정말 이름처럼 ‘태풍’을 일으킬 수 있는 선수이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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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생’ 임종일이 오리온스의 공격력에 새로운 기폭제가 되고 있다.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고양 오리온스와 부산 KT간의 4대4 ‘빅’ 트레이드 이후, 양 팀은 새로운 멤버로 경기를 선보였다.

오리온스는 2경기에서 1승 1패를, KT는 1패를 기록했다. 아직 트레이드의 성공과 실패여부를 따지기는 이르지만, 팀 스타일의 많은 변화가 찾아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오리온스가 가장 주목한 선수는 앤서니 리차드슨이다. 오리온스의 침체된 공격력을 살리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에 더해 2년차 임종일이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도약에 새로운 밑거름이 되고 있다.

다부진 페네트레이션을 통해 오리온스에는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을 창출하기 시작한 임종일은 2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경기에서 13득점을 올리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포인트가드 뿐 아니라, 다수의 슈팅가드를 보유한 오리온스지만 임종일의 활약이 더 반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임종일은 오리온스가 가지고 있던 약점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2009-2010시즌에 프로에 데뷔해 전천후 활약을 펼쳤던 김강선과 허일영이 상무에 입단하자 오리온스는 가드진을 보강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전태풍을 비롯해 신인에서는 동국대 슈터 김종범과 ‘슛쟁이’라고 불리던 성재준을 영입해 그 자리를 매우려고 했다.

하지만 전태풍은 김동욱과의 호흡이 좋지 못했고 김종범과 성재준 그리고 전정규는 슛 이외에 뚜렷한 강점을 찾지 못했다. 오리온스 슈터들은 슛은 좋지만 기동력이 좋지 못한 선수들로 평가받았다. 많은 슈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다보니, 이번시즌 오리온스의 득점은 경기당 69.3점으로 10개 구단 중 9위를 차지할 만큼 득점력에서 침체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페네트레이션을 즐겨하는 임종일의 경우 빠른 돌파로 자신의 득점을 볼 뿐 아니라, 돌파를 통해 수비를 안쪽으로 몰아놓고 김동욱이나 전정규에게 빼주는 오픈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 이는 오리온스가 가지고 있던 답답한 공격루트를 확 뚫어내는 것과도 같다고 볼 수 있다.

김동욱이 혼자 돌파해서 득점을 만들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김동욱 뿐 아니라 임종일이 내외각에서 휘저어 준다면, 이현민과 한호빈의 패스가 더 날카로워 질 수 있고 이들의 공격 부담 역시 줄어들 수 있다. 또한 슛 전문가 전정규의 3점도 폭발할 수 있다.

새로운 멤버를 통해 6강을 노리는 오리온스는 11승 16패로 8위에 위치해있다 6위 서울삼성과는 2게임차다. 과연 오리온스는 4대4트레이드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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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T와 고양 오리온스가 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초대형 트레이드를 했다. 하룻밤 사이 무려 8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그런데 과연 처음부터 8명이 맞교환 물망에 올랐을까. 깜짝 빅딜의 뒷이야기가 있다.

KT와 오리온스는 지난 18일 4대4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KT는 김도수 장재석 임종일, 외국선수 앤서니 리처드슨을 내주고 오리온스로부터 전태풍 김승원 김종범, 외국선수 렌스 골번을 받았다. 프로농구 역사상 보기 드문 빅딜이었다. 특히 최근 얼어붙은 트레이드 시장을 감안했을 때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양 팀의 트레이드는 일주일 사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오리온스였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고민이 많았다. 내홍에 시달리며 불협화음이 잦았다. 시즌 도중 주장을 바꾸는 강수를 두기도 했으나 좀처럼 팀워크가 살아나지 않았다. 분위기 쇄신을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이번 트레이드의 시작점이었다.

추 감독은 전태풍을 시장에 내놓기로 마음 먹었다. 가슴이 쓰려도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태풍의 몸값이 너무 셌다. 5억원짜리 선수를 바로 받기엔 샐러리캡을 감당할 구단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뜻이 통하는 임자를 만났다. 바로 전창진 KT 감독이었다.

추 감독이 먼저 전 감독에게 제안했다. 구단에 통보 없이 의중을 물었다. 전 감독은 흔쾌히 트레이드 의사를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트레이드가 구체적으로 진전되기 시작했다. 오리온스가 KT와 파트너를 맺게 된 배경이다.

처음에는 4대4 트레이드가 아니었다. 8명이 아닌 5명으로 시작됐다. 추 감독이 최초 제안한 것은 2대3 트레이드였다. 오리온스는 전태풍과 김승원을 내놨고, 김도수 장재석 임종일을 원했다. 포인트가드가 절실했던 KT로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엔트리가 문제였다. 2대3 트레이드를 할 경우 KT의 엔트리가 11명 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KT는 김도수를 내주고 싶지 않았다. 김도수는 KT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선수였다. 전창진 감독은 “도수는 나이도 있고 부상도 안고 있는 선수다. 내가 계속 데리고 있다가 은퇴를 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오리온스에서 김도수를 원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전 감독은 사정을 말하고 다시 장재석과 임종일만 포함한 2대2 트레이드를 제안했다.

그러나 오리온스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해 보는 장사였기 때문. 오리온스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성격상 트레이드를 속전속결로 끝내는 스타일인 전 감독은 답답한 마음에 깜짝 제안을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외국선수 리처드슨이었다. 전 감독은 추 감독이 트레이드를 제안하기 전부터 리처드슨의 트레이드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추 감독으로서도 득점력이 뛰어난 리처드슨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리온 윌리엄스가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이면서 외국선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전 감독은 리처드슨의 교환 상대로 윌리엄스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오리온스에서 난색을 표하자 곧바로 골번도 상관없다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오리온스 구단에서는 마지막까지 전태풍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장고를 거듭했지만, 추 감독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역사적인 4대4 빅딜이 성사됐다.

이번 KT와 오리온스 트레이드의 손익계산서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그러나 트레이드 결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당장 트레이드 시점에선 윈-윈이다. 양 팀 모두 고심 끝에 필요에 의해 선택한 최선의 카드를 주고 받았다. 손익계산을 떠나 초대형 트레이드였기에 숨은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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