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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다 됐나 봐.”

지난 5일 원주 원정길에 오른 허재 전주 KCC 감독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평소 위풍당당하던 모습도 없이 힘이 빠진 모습.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린 탓이다. 이날 아침 링거까지 맞으며 경기에 나섰다.

지난 여름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감기 몸살이다. 허 감독은 “몸살도 거의 걸린 적이 없지만, 태어나서 감기 때문에 링거를 맞은 게 올해가 처음이다. 옛날엔 선수들이 몸살이라고 하면 이해를 못했는데…. 요즘은 뼛속까지 아프다는 의미가 뭔지 알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허 감독은 몸만 아픈 것이 아니다. 최근 애제자 강병현이 허리 부상으로 두 경기 연속 결장했다. 이날 원주행 버스에도 오르지 않고 숙소에 남았다. KCC도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강병현의 빈자리는 뼈아팠다.

강병현은 올 시즌 18경기서 평균 15.1점 3.9리바운드 2.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당 2.4개의 3점슛을 넣었고 성공률도 44%로 정확했다. KCC의 핵심 득점원. 수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컸다. KCC는 강병현이 허리 부상을 호소한 지난달 30일 고양 오리온스전부터 내리 3연패를 당했다.

허 감독이 답답한 것은 강병현의 부상 이유 때문이다. 강병현은 병원 정밀진단 결과 디스크나 신경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그런데 벌써 두 번째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경기 중 다친 것도 아니다. 처음에는 자고 일어나 갑자기 통증이 생겼고, 두 번째는 경기 도중 혼자 뛰다 통증이 재발했다.

허 감독은 지난해 처음 강병현의 허리 부상 얘기를 보고 받은 뒤 불 같이 화를 냈다.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었기 때문. 허 감독은 “아무 것도 안하고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아프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땐 화를 냈다”면서 “그런데 또 누구랑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황당하기만 하다”고 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꾀병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상항이었다.

그러나 엄살이 아니었다. 강병현은 처음 허리 부상을 당한 뒤 재활을 빼놓지 않고 했다. 비시즌은 물론 시즌 중에도 매일 아침 허리 보강 운동을 했다. 그러니 더 답답할 노릇. 허 감독은 “병현이에게 ‘도대체 너 허리는 무슨 허리냐’고 했다”며 “정말 열심히 보강 운동을 한 걸 알고 있다. 안 그랬으면 당연히 혼을 냈을 텐데, 매일 그렇게 운동을 하고도 아프니까 그냥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제자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도 크다. 허 감독은 “병현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열심히 운동을 해도 이유도 없이 아프니까 짜증이 나겠지. 나도 몸살 때문에 땀을 하도 빼서 입맛도 없고 힘들어 죽겠다”라며 끙끙 앓았다.

썸네일
전주 KCC 가드 강병현이 허리 부상으로 두 경기 연속 결장했다. KCC도 위기에 빠졌다. 사진=MK스포츠 DB
강병현은 다음 경기인 7일 울산 모비스전에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장 연패 탈출이 시급하지만, 강병현의 허리 부상이 악화되면 더 큰일이다. 허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는 힘들 것 같다. 몸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KCC의 맏형 임재현도 옆에서 강병현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임재현은 “병현이가 마음고생이 심하다. 팀이 이기면 상관없는데 자꾸 지니까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베테랑들이 경기에 나서서 팀에 도움이 돼야 하는데 벤치에서 박수만 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임재현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까지 몸을 만든 뒤 출전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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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콜 오면 무조건 보낸다.”

‘농구대통령’ 허재(48) 전주 KCC 감독이 이루지 못한 미국프로농구(NBA)의 꿈을 ‘제2의 허재’ 김민구(22)가 이룰 수 있을까. 허 감독이 김민구의 든든한 지원자로 나섰다.

NBA는 전 세계 농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한국인으로는 221cm의 센터 하승진(28, 공익근무)이 NBA를 경험한 것이 유일하다. 그러나 못 넘을 벽은 아니다. 대만계 미국인 가드 제레미 린(25, 휴스턴 로키츠)이 NBA에서 ‘린세니티’ 열풍을 일으키며 아시아인들에게 꿈을 현실로 바꿨다.

 

한국에서 린의 뒤를 이을 NBA리거가 탄생할 수 있을까.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 전체 2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은 김민구에 대한 NBA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987년 신인상 출신의 NBA 레전드 척 퍼슨(49) KCC 코치는 “김민구는 린을 능가해 NBA에서 뛸 수 있는 재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최근 5년간 LA 레이커스 수비 코치를 역임했던 퍼슨 코치는 가능성에 큰 무게를 뒀다.

국내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허재 감독의 눈에 비친 김민구의 NBA 진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허 감독은 “가능성과 재능은 분명히 있다”며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다. 슈팅과 패스, 돌파 방향 등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낙관적인 생각을 밝혔다. 하지만 부연 설명이 붙었다. 허 감독은 “지금 바로 갈 수도 있겠지만, 구력이 붙어야 하고 웨이트도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 감독은 1990년대 초‧중반 해외 프로 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경험이 있다. 1990년 아르헨티나 세계선수권대회 이집트전에서 62득점을 혼자 기록하며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고,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역대 세계선수권 개인 최다 득점 신기록으로 남아있다. 이후 1994년 토론토 세계선수권에서도 맹활약한 이후 해외에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허 감독은 모든 해외 콜을 고사했다.

허 감독에게도 아쉬운 추억 속 이야기다. 허 감독은 “안 간게 아니라 못 간거지”라며 “그땐 내 나이가 서른이었기 때문에 너무 늦었다”고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허 감독은 “내 나이가 어렸으면 당장 갔을 거다. 가려면 일찍 갔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민구는 아직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만 22세에 불과하다. 신체 조건과 운동능력, 기량도 출중하다. 191cm-91kg의 린과 비교해 체중이 부족할 뿐 190cm-78kg으로 사이즈도 비슷하다.

허 감독은 “김민구에게 NBA에서 콜이 온다면 무조건 보낼 것”이라며 “당연히 팀은 손해이지만, 한국 농구를 위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실을 내다봤다. 허 감독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선수들도 골격 자체가 다르다. 보는 것보다 훨씬 몸싸움이 심한 곳”이라며 “어렸을 때 세계선수권에서 유럽 선수들을 부딪히면 힘이 정말 좋았다. 그 선수들이 안 빨라 보여도 한 명 제치고 나가기가 무지하게 버거웠다. 한 명이야 제치더라도 뒤에 커다란 애가 딱 버티고 있다. 사보니스 앞에 가면 공간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221cm의 아비다스 사보니스(은퇴)는 국제농구연맹(FIB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리투아니아의 전설적인 센터다.

허 감독은 “NBA의 벽은 높다. 민구가 NBA에 가더라도 뛰지 못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또 군대 문제도 있다. 실력 뿐 아니라 성격과 마인드도 다 중요하다”며 “그래도 민구가 가서 히트를 쳐야 NBA에서도 ‘어? 한국에 이런 놈이 있어?’라며 한국 선수들을 주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구에서도 박찬호가 가서 성공을 했기 때문에 류현진과 추신수가 계속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김민구가 허 감독의 한을 풀 수 있을까.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Posted by 우유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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