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스가 시즌 초반 암울함에서 탈피하고 4연승의 신바람과 함께 중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오리온스는 17일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국민카드 2013-14 프로농구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75-67로 물리치며 파죽의 4연승을 신고했다. 시즌 개막 후 4연패를 당하면서 위기설을 겪었던 오리온스가 확실히 달라졌다. 원인을 짚어보자.
‘중심’잡은 김동욱과 리온 윌리엄스
시즌 개막 후 추일승 감독이 믿고 쓰는 카드인 김동욱과 윌리엄스가 부진하며 연패에 빠졌었다. 김동욱은 지난 시즌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10kg를 감량하며 이번 시즌을 알차게 준비했지만, 개막 후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소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김동욱은 KBL 최고의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라는 평가에 어울리지 않게 득점과 어시스트, 그리고 경기 운영에서 지난해보다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하지만 1라운드 후반부터 자신의 전성기 시절 모습과 가까운 아우라를 뿜어내기 시작하며 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2라운드 두번째 경기였던 삼성 전 패배 이후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가 득점 등에서 더욱 활약을 해주어야 한다”라는 평가를 내렸던 게임 직후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다.
김동욱은 지난 토요일 KCC 전에서 14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이라는 성적과 함께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요일 전자랜드 전에서도 13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에 4쿼터 후반 결정적인 스틸에 이은 원맨 속공을 성공시켜 오리온스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또, 조금은 늦었던 시즌 준비로 인해 1라운드에서 지난해 리바운드 왕으로서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던 윌리엄스도 대단한 집중력과 투혼을 선보이며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지난해에 비해 모자란 느낌을 지울 순 없지만, 초반 6경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렇게 본연의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두 선수의 활약은 오리온스가 4연승과 함께 중위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데 확실히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김승원의 성장, 살아나는 최진수
지난 시즌 오리온스는 3,4번이 가능한 최진수가 주로 4번 자리에 스타팅으로 나섰다. 하지만 올 시즌 어깨 수술 여파로 훈련량이 확실히 적었던 최진수는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며 오리온스 팬들과 추일승 감독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때 혜성같이 한 선수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김승원. 연세대 출신 2년차 정통 센터인 김승원은 최진수가 부진한 공백을 틈타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았다. 기회를 잡은 김승원은 ‘확실히’ 달랐다. 오프 시즌 많았던 훈련량을 광고라도 하듯, 연일 맹위를 떨치며 최진수 부진을 생각나지 않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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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였던 지난해 김승원은 대학 시절 보여주었던 플레이에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그저 그런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지만, 올 시즌은 2년차 선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며 오리온스 골밑의 ‘믿을맨’으로 성장했다. 추일승 감독 역시 김승원을 기용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승원 활약으로 잠시 휴식(?)을 갖을 수 있었던 최진수가 지난 7일 삼성 전을 기점으로 부활을 조짐을 보였다. 수술 여파 탓인지 평소에 보여주었던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던 최진수가 삼성 전 이후로 본연의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김승원 플레이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개선이라는 단어를 장착하며 활약을 해주고 있다. 지난 일요일 전자랜드 전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몸놀림은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이다.
묵직한 센터 김승원과 활력 넘치는 최진수가 조합되며 오리온스의 인사이드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부분도 상승세의 또 하나의 요소이다.
한호빈의 등장, 그리고 ‘슛팅 가드’ 전태풍 지난 주 KBL 이슈 중에 하나는 바로 ‘로빈 훗’ 한호빈의 등장이었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6순위로 오리온스에 입단한 한호빈은 건국대 시절 팀 전력에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좋은 포인트 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드래프트에서 ‘Big4’에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좋은 기본기가 바탕이 된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과 득점력은 이미 대학 무대에서는 정평이 나 있었다. 그리고 센스 넘치는 패스 능력은 앞서 선발된 김민구나 두경민을 앞선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 전태풍과 이현민, 그리고 전형수라는 좋은 가드들이 즐비한 오리온스 라인업에서 쉽게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가드 포지션 트러블을 겪던 추일승 감독은 2라운드 들어 한호빈에게 충분한 시간 동안 출장이라는 기회를 주었고, 한호빈은 단방에 그 기회를 잡으며 지난 주 KBL 핫 코드로 떠올랐다.
3연승을 기록한 전주 KCC 전에 34분을 출장해 7점 6어시스트 3리바운드라는 쏠쏠한 성적을 남긴 한호빈은 일요일 경기에서도 26분을 출장해 5점 5어시스트 3리바운드라는 알토란 같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추일승 감독은 “신인이 간도 크다”라며 호쾌하게 웃은 뒤, “(한)호빈이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줄 생각이다”라고 한호빈의 활약에 대해 무척 고무된 인터뷰를 남겼다.
한호빈의 등장으로 반사 이익을 본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펀 토커’ 전태풍이다. 한호빈과 함께 투 가드로 나섰던 전태풍은 한호빈 존재로 인해 슛팅 가드로 전업을 했고, 포인트 가드라는 포지션에 운영에 대한 부담을 느꼈던 부분은 훌훌 털어내고 공격에 전념해 오리온스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 일요일 전자랜드 전에는 23분을 뛰면서 무려 20점을 몰아치는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경기 투입과 함께 페네트레이션에 이은 레이업으로 6점을 몰아친 전태풍은 3쿼터 후반 팀이 7점을 뒤지고 있던 위기 상황에 코트에 나서 12초 동안 3점슛 2개를 몰아쳐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태풍은 게임 후 인터뷰에서 “슛팅 가드를 하니 머리가 복잡하지 않아서 좋다(웃음) 하지만 포지션 변화로 인해 경기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던 경기는 기분이 나빳다(웃음) 그런데 팀이 이기고 나도 공격만 하면 되니까 나쁘지 않은 것 같다”라며 특유의 재미있는 멘트를 날리면서 연승 상황에 대해 기쁘다는 표현을 남겼다.
그리고 랜스 골번이라는 세컨 용병도 서서히 KBL에 적응을 해가면서 윌리엄스의 체력 안배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오리온스는 개막 후 겪었던 슬럼프를 지나 ‘되는 집안’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4연승과 7승 8패를 기록하며 함께 전주 KCC와 공동 5위에 랭크되었다.
승리를 위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2라운드 중위권 싸움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 오리온스이다.